홈쇼핑 프리미엄 패션, 다음 단계로
CJ온스타일이 미국 뉴욕의 럭셔리 브랜드 베라왕과 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오는 29일부터 2026년 FW 오리지널 컬렉션을 국내 단독으로 선보인다. 얼핏 보면 홈쇼핑 채널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하나 더 들여오는 흔한 소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이 다르다. CJ온스타일과 베라왕은 2015년부터 이미 손을 잡아 온 사이이고, 그 결과물이 국내 고객 취향을 반영해 현지화한 'VW베라왕'이었다. 이번엔 그 로컬 버전을 접고, 뉴욕 본사의 디자인 정체성을 그대로 담은 오리지널 라인으로 갈아탄다는 점에서 시장이 눈여겨볼 대목이 생긴다. 단순한 브랜드 라인업 확장이 아니라, 홈쇼핑이라는 유통 채널이 프리미엄 패션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한 단계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현지화'에서 '오리지널'로의 전환이다. CJ온스타일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베라왕 본사와 서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VW베라왕'이라는 이름으로 패션 사업을 운영해 왔다. 베라왕 고유의 디자인 헤리티지에 국내 고객의 체형과 취향을 더한 상품이었고, 5년 만에 누적 주문금액 4천억 원을 넘기며 프리미엄 패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번에 선보이는 컬렉션은 이 현지화 공식을 벗어나 글로벌 베라왕의 디자인 감도를 그대로 옮겨온 오리지널 라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시즌 콘셉트는 '모던 얼루어'로, 꾸뛰르의 우아함과 스트리트의 대담함을 함께 담아 블랙과 화이트를 축으로 레이스·러플·벨벳·새틴 같은 대비되는 소재를 섞었다. 점퍼, 블라우스, 원피스, 팬츠, 뷔스티에, 재킷 등 약 40개 스타일로 구성되며, '칼라일 새틴 드레스'와 '언밸런스 플리츠 스커트'가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웨딩드레스로 시작해 기성복과 아이웨어, 주얼리, 향수, 리빙까지 영역을 넓혀온 베라왕의 브랜드 자산을, 현지화를 거치지 않은 형태로 만나게 됐다는 점에서 이전 버전과는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왜 지금인가
이 전환이 나온 배경에는 숫자가 있다. CJ온스타일이 이미 단독 전개해 온 바니스 뉴욕, 브룩스 브라더스, 락포트 같은 글로벌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올해 상반기 주문 건단가는 CJ온스타일 패션 전체 평균보다 약 47% 높았다. 같은 시간과 같은 방송·페이지 노출을 쓰더라도 라이선스 브랜드가 더 높은 객단가를 만들어낸다는 뜻이고, 이는 홈쇼핑·라이브커머스 업계가 오랫동안 의존해 온 '박리다매' 구조와는 다른 계산법이다. 성장이 정체된 홈쇼핑 시장에서 매출 볼륨보다 마진과 브랜드력을 우선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베라왕을 로컬 버전이 아니라 오리지널로 다시 데려온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미 검증된 라이선스 브랜드의 건단가 우위를 확인한 상태에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희석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상품이 더 강한 프리미엄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침 CJ온스타일이 다음 달 11일까지 약 150개 패션 브랜드의 가을 신상품을 모은 'FW 패션 쇼케이스'를 함께 운영하는 시점과도 맞물려, 이번 가을 시즌 자체를 프리미엄 패션 확장의 분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다음에 볼 것
베라왕의 2026년 FW 오리지널 컬렉션은 8월 29일 CJ온스타일을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와 컬렉션을 소개하며 고객 접점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첫 방송에서 어떤 상품이 먼저 조명되고 실제 반응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1차 관전 포인트다. 그다음으로 지켜볼 것은 기존 'VW베라왕' 로컬 라인과 오리지널 컬렉션이 앞으로 어떻게 공존하는지다. 두 라인이 계속 나란히 운영될지, 아니면 오리지널 쪽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갈지에 따라 다른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전개 방식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9월 11일까지 이어지는 150개 브랜드 규모의 FW 쇼케이스 안에서 베라왕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리고 바니스 뉴욕·브룩스 브라더스·락포트 등 기존 라이선스 브랜드군과 나란히 실제 건단가·매출 성과를 얼마나 끌어올리는지도 다음 분기 실적에서 드러날 대목이다. 홈쇼핑이 프리미엄 패션을 다루는 방식이 로컬라이즈에서 오리지널로 옮겨가는 흐름이 이번 사례로 굳어질지, 계속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