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그램 130주년, 두 거장의 첫 협업
루이비통의 뷰티 라인 라 보테 루이 비통이 오는 8월 27일,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위민즈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코스메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팻 맥그라스가 손잡은 한정 컬렉션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20년 넘게 루이비통 런웨이에서 함께 일해온 사이지만, 그 협업이 제품으로 나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렉션은 모노그램 캔버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고, 26일까지 공식 온라인스토어와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통한 선행판매를 거쳐 27일부터 뷰티 취급 매장 전반으로 확대된다. 패션 하우스가 시즌마다 반복해온 런웨이 협업 관계를 뷰티 카테고리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매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던 두 사람의 합의 지점이 이제 매장 진열대에서 확인 가능한 형태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이 소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두 개의 모노그램 캔버스를 각각 다른 메이크업 언어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모노그램 듀느, 다른 하나는 모노그램 앙플라루주라는 이름으로 구성되며, 두 라인 모두 브랜드의 상징인 모노그램 패턴을 색과 질감으로 옮겨 담았다. 구성 제품은 아이섀도 팔레트, 립스틱, 립밤에 더해 브러시 세트와 뷰티 케이스, 파우치까지 아우른다. 단품 메이크업이 아니라 팔레트부터 도구, 수납까지 한 세트로 갖춘 컬렉션이라는 점이 기존 뷰티 라인 발매와 다르다. 가격은 2만8600엔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 뷰티 제품군 중에서도 상단에 위치한 가격대로, 화장품이라기보다 액세서리에 가까운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제스키에르가 설계한 룩의 개성을 맥그라스가 메이크업으로 완성해온 관계가, 이번엔 무대 위 한정 룩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옮겨졌다는 변화가 가장 크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협업 결과물은 쇼가 끝나면 사라지는 무대 메이크업으로만 남았지만, 이번엔 이름이 붙은 두 개의 라인과 구체적인 품목, 가격표를 갖춘 상품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층위의 결과물이다.
왜 지금인가
이 발매가 놓인 시점은 두 가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첫째는 모노그램 캔버스 탄생 130주년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이정표다. 하우스가 오랜 헤리티지를 기념할 때 굳이 새로운 협업 상대가 아니라 이미 20년 넘게 관계를 쌓아온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다시 불러 세운 것은, 검증된 파트너십으로 상징적인 순간의 무게를 지키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들이 뷰티를 런웨이의 부속물이 아니라 별도 사업으로 키워온 흐름이다. 루이비통은 뷰티 라인을 비교적 최근에 정식으로 확장한 하우스에 속하고, 그 초기 단계에서 브랜드 세계관을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을 내세운 협업은 뷰티 라인의 정체성을 빠르게 각인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 선행판매를 클라이언트 서비스와 온라인스토어로 먼저 열고 매장 전개를 하루 늦추는 순서 역시, 한정판 수요를 충성 고객층에게 먼저 배분하려는 통상적인 럭셔리 업계 전략과 맞닿아 있다. 경쟁 하우스들이 저마다 셀러브리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앞세운 뷰티 라인을 늘려가는 시점에, 루이비통이 외부 셀럽 대신 자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오랜 파트너를 함께 내세운 점도 다른 하우스와 구별되는 선택으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할 지점은 27일 이후 뷰티 취급 매장에서의 실제 재고 소진 속도와 세부 색상 구성이 현지에서 어떻게 반응을 얻는지다. 2만8600엔부터 시작하는 가격대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선행판매 단계에서 이미 완판되는 품목이 나오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더 길게 보면, 이번처럼 런웨이 협업 관계를 그대로 뷰티 제품으로 옮기는 방식이 앞으로 루이비통 뷰티 라인의 정례적인 발매 패턴으로 자리잡을지가 관건이다. 한 번의 기념 컬렉션으로 끝난다면 130주년 헌정에 그치지만, 매 시즌 다른 협업으로 이어진다면 라 보테 루이 비통은 패션 하우스 뷰티 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세계관을 직접 소비할 수 있는 라인으로 포지셔닝을 굳히게 된다. 이 흐름이 이어지는지는 다음 시즌 발매 소식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