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대신 밀착력을 고른 연말 색조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스리(THREE)가 10월 30일 2026년 홀리데이 컬렉션 'UNLUXURY MOMENTS'를 출시한다. 하이라이터 겸 치크베이스, 루스파우더, 아이섀도, 립 제품까지 네 가지 카테고리를 한 번에 채운 이번 라인업은 가격대가 3190엔에서 4950엔 사이로, 홀리데이 시즌 한정판 치고는 특별히 파격적이지 않은 구성이다. 그런데도 이 컬렉션이 눈에 띄는 이유는 콘셉트명에 있다. 화려함과 사치를 뜻하는 '럭셔리' 앞에 부정 접두사를 붙인 '언럭셔리'라는 이름은, 연말 코프레 시장에서 반복돼온 '반짝이고 화려한 겨울'이라는 공식에 스스로 거리를 두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실제로 제품들은 강한 색조 대비보다 은은한 펄과 혈색감, 투명한 광택을 앞세운다. 홀리데이 시즌마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들이 한정판 코프레를 쏟아내는 가운데, 이번 컬렉션은 '화려함의 총량'이 아니라 '피부에 스며드는 방식'을 경쟁 포인트로 잡았다는 점에서 카테고리 전체의 방향성을 가늠할 단서가 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네 가지 제품이 공통으로 채택한 '하이브리드 텍스처'다. 대표 상품인 '시머링 글로우 듀오 R'(4950엔)은 혈색감을 더하는 '블러시 글로우'와 골격을 부각하는 '리플렉트 글로우' 두 컬러를 한 세트로 묶은 하이라이터 겸 치크베이스로, 피부 위에서 크림에서 파우더로 질감이 바뀌는 '크리미 파우더리 처방'을 적용했다. 기존 하이라이터 제품이 대개 파우더 단일 질감으로 발림성과 지속력 사이에서 타협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제품은 밀착력과 광택감을 동시에 잡겠다는 기술적 진전이다. 루스파우더 '클라우드베일'(각 4400엔)은 한발 더 나아가 미용액 성분을 87% 이상 배합한 '세럼 인 파우더'로 설계됐다. 파우더가 단순히 커버력과 매트함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스킨케어 기능까지 겸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색상은 루센트화이트(X01), 루미너스라벤더(X02) 두 가지 한정색으로 좁혔다. 아이섀도 '클라우드터치'(각 3190엔) 역시 오일에 파우더를 가둬 펄이 날리지 않으면서도 눈꺼풀에 밀착되는 질감을 구현했고, 트와일라잇베일·앰버베일·코코아칼름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됐다. 전 제품에 워터프루프·스트레치 처방을 적용해 땀과 수분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속력을 강조한 점도 공통적이다. 색조 하나하나의 화려함보다, 피부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밀착되고 오래 유지되는지를 스펙으로 내세운 셈이다.
왜 지금인가
10월 30일이라는 출시 시점은 일본 뷰티 시장에서 연말 코프레 경쟁이 본격화하는 길목이다. 홀리데이 한정판은 통상 11~12월 선물 수요를 정조준해 9~10월에 출시가 몰리는데, 이 시기에 색조 브랜드들은 저마다 반짝임과 색감으로 시선을 끌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언럭셔리'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화려함을 앞세운 홀리데이 코프레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색조 시장의 화두는 '유리 피부(글래스 스킨)'로 대표되는 투명 광택이었는데, 이번 컬렉션은 그 연장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파우더에 미용액 성분을 87% 이상 담는 식으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경계를 지운다. 색조 제품을 고를 때 발색이나 지속력만큼이나 '피부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여기에 워터프루프·스트레치 처방을 전 제품에 걸쳐 적용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말 모임과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계절 특성상 지속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시점에 맞춰, 화려한 컬러 수를 늘리는 대신 소수의 정제된 컬러로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는 홀리데이 시즌 색조 경쟁이 '컬러 개수'에서 '텍스처 기술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관심 있는 독자라면 우선 10월 30일 정식 발매 시점과 실제 매장·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인해볼 만하다. 이번 라인업은 전 품목이 한정판으로 못박혀 있어, 특히 색상이 2~3종으로 좁혀진 루스파우더와 아이섀도는 홀리데이 성수기 특성상 인기 색상 위주로 조기 품절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대는 3190엔에서 4950엔 사이로 스리의 기존 정규 라인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언럭셔리'라는 콘셉트가 가격 파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톤앤매너의 전환이라는 점도 짚어볼 지점이다. 더 넓게 보면, 이번 컬렉션이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세럼 성분을 87% 이상 담은 파우더나 오일에 파우더를 가둔 하이브리드 아이섀도처럼, 스킨케어 기능을 색조 제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소비자 반응으로 이어진다면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기능성 색조'로 홀리데이 라인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화려한 색감을 기대했던 기존 홀리데이 코프레 구매층에게 이 절제된 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지켜볼 만하다. 결국 이번 출시는 한 브랜드의 신제품 소식을 넘어, 연말 색조 시장이 '더 화려하게'에서 '더 정교하게'로 방향을 트는 과정의 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