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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6 min read·2026.10.01

VMA가 서해안으로 돌아온 날, 패션이 말한 것

레드카펫이 가리킨 K팝과 럭셔리의 새 좌표

JIWOOTRENDFEED DESK

레드카펫이 가리킨 K팝과 럭셔리의 새 좌표

2026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가 9월 2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피코크 시어터에서 열렸다. 이 시상식이 서해안에서 열린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며 열리던 미국 대중음악 최대 축제가 거의 10년 만에 다시 서부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올해 VMA를 다른 해와 구분 짓는 지점이다. 음악 시상식의 지리적 중심이 동부에서 서부로 옮겨간다는 건 단순한 장소 변경이 아니라, 시상식을 둘러싼 산업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그리고 그 레드카펫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건 테일러 스위프트와 BLACKPINK의 리사였다. 두 사람 모두 미국 팝과 K팝을 대표하는 동시에, 각자의 스타일링을 통해 지금 패션 업계가 누구에게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시상식 하나의 레드카펫이지만, 그 위에 어떤 브랜드와 어떤 이름이 올라오느냐는 이듬해 럭셔리 업계의 협업 지도를 미리 읽는 단서로 소비돼 왔다. 올해는 그 지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고, 그 변화는 두 사람이 고른 옷 한 벌 한 벌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 익숙한 메가 하우스 대신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들이 가장 큰 카메라 세례를 받는 자리에 나란히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올해 레드카펫은 예년과 다른 신호를 보낸다.

무엇이 달라졌나

테일러 스위프트는 스타일리스트 조셉 카셀 팰코너와 함께 타마라 랄프의 2026년 가을·겨울 오트쿠튀르 드레스를 선택했다. 할터넥 블랙 톱과 대담한 슬릿이 들어간 실버 스커트를 조합한 이 드레스는, 시상식 레드카펫에 레디투웨어가 아니라 쿠튀르를 올리는 최근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레비예프의 다이아몬드 드롭 이어링과 에토 마리아의 다이아몬드 링을 더해 전체 톤을 하나의 광채로 묶었다. 리사는 접근이 달랐다. 디 아티코의 크림슨 레드 드레스에 퀸 리의 대형 코트를 겹쳐 올 레드 원톤 룩을 완성했는데, 이는 한 벌의 드레스가 아니라 레이어링 자체를 스타일의 완성형으로 보여준 사례다. 신발은 지미 추의 레드 에나멜 펌프스였다. 리사는 이날 '베스트 팝' 트로피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고, 이때는 다니일 안치페로프의 블랙 벨벳 스커트와 레더 톱으로 환복해 한 사람이 하루에 두 개의 룩, 두 개의 디자이너 이야기를 동시에 전달했다. 수상과 룩 체인지가 겹치면서 노출 빈도 자체가 두 배가 된 셈이다. 레드카펫 입장용 룩과 시상 무대용 룩을 따로 준비해 환복하는 방식은, 한 번의 등장으로 끝내는 과거의 레드카펫 문법과 달라진 지점이다. 한 명의 스타가 하루 동안 두세 개의 브랜드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내면서,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노출 기회가 분산되는 동시에 각자의 룩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효과를 얻는다.

왜 지금인가

이 조합이 눈에 띄는 이유는 거론된 이름들의 성격에 있다. 타마라 랄프나 지미 추처럼 이미 레드카펫 단골인 하우스와 나란히, 에토 마리아·퀸 리·다니일 안치페로프처럼 상대적으로 조명이 적었던 디자이너의 이름이 같은 날 같은 사람의 몸 위에서 함께 호명됐다. 글로벌 팝스타의 착장 한 번이 중소 규모 디자이너에게 즉각적인 검색 유입과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어주는 효과는 이제 업계에서 공식처럼 통한다. 리사 쪽에서 이 흐름이 특히 두드러지는 배경은 따로 있다. 그녀는 최근 화제작 '화이트 로터스' 시즌3 출연으로 음악 팬덤을 넘어선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였고, VMA 레드카펫은 그 확장된 인지도를 패션 화제로 한 번 더 전환하는 자리가 됐다. BLACKPINK라는 K팝 그룹의 멤버가 할리우드 드라마와 미국 시상식 레드카펫을 같은 시기에 오가는 흐름은, K팝 스타가 음악 시장 바깥의 문화 권력과 어떻게 접속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서해안 개최 복귀라는 지리적 변화와 겹치며, 올해 VMA는 미국 팝과 아시아 팝, 기성 하우스와 신진 디자이너가 같은 레드카펫 위에서 재배열되는 자리가 됐다.

다음에 볼 것

이번 레드카펫에서 호명된 이름들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팝스타가 입은 쿠튀르나 신진 디자이너의 옷은 보통 시상식 직후 검색량이 치솟고, 이어서 해당 브랜드가 공식 룩북이나 캠페인으로 그 순간을 다시 활용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타마라 랄프처럼 오트쿠튀르 라인을 가진 하우스가 이번 노출을 어떤 후속 컬렉션이나 협업으로 연결하는지, 에토 마리아·퀸 리·다니일 안치페로프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름들이 이번 한 번의 노출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다음 시즌 인지도로 이어가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리사 쪽에서는 '화이트 로터스' 시즌3 활동과 BLACKPINK 그룹 활동이 겹치는 가운데 패션 화제성이 어떤 식으로 계속 재생산되는지, 그리고 지미 추 같은 액세서리 브랜드가 이 조합을 공식 캠페인으로 다시 꺼내는지도 지켜볼 만하다. 서해안에서 다시 열린 이번 VMA가 앞으로도 서부 중심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올해만의 예외였는지도 다음 시상식 발표 시점에서 확인될 부분이다. 레드카펫 위 옷차림이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시대인 만큼, 이번 호명이 어느 브랜드의 다음 컬렉션 라인업으로 구체화되는지를 따라가 보는 것이 이 흐름을 소비가 아니라 정보로 읽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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