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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6 min read·2026.10.02

클린걸 밀어낸 VMA의 '콜 아이즈' 눈화장

레드카펫 휩쓴 다크 아이, 뷰티 판도가 바뀐다

JIWOOTRENDFEED DESK

레드카펫 휩쓴 다크 아이, 뷰티 판도가 바뀐다

9월27일 로스앤젤레스 피콕시어터에서 열린 2026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은 반짝이는 하이라이터 대신 숯처럼 짙은 눈매로 뒤덮였다. 테야나 테일러, 찰리 XCX, 솜브르 등 참석한 아티스트 다수가 차콜 그레이와 블랙을 거칠게 블렌딩한 눈화장, 이른바 '콜 아이즈(Coal Eyes)'를 하고 등장하면서 하나의 유행어가 레드카펫 전체를 관통했다. 음악 시상식은 늘 그 시즌 대중 메이크업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는데, 올해는 유독 한 가지 스타일이 압도적으로 반복됐다는 점에서 우연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흐름이 레드카펫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에 가깝다. 통상 시상식 레드카펫은 참석자 각자가 서로 다른 개성을 내세워 경쟁하는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장르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여러 아티스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톤의 눈화장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소와는 다른 신호로 읽힌다. 뷰티 업계가 지난 몇 년간 밀어온 '클린걸' 미학과 정반대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번 VMA는 단순한 메이크업 트렌드 보도를 넘어 눈화장 카테고리 전체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콜 아이즈는 이름 그대로 석탄처럼 깊고 탁한 검정·차콜 그레이의 아이섀도와 아이라이너를 경계 없이 뭉갠 눈매를 뜻한다. 테야나 테일러는 쥐하이르 무라드의 페더 장식 드레스에 맞춰 눈 바깥쪽부터 눈썹뼈까지 블랙과 그레이, 블루를 겹겹이 섞은 '타이어드 메이크업'을 한 단계 더 짙게 끌어올렸고, 그림자 같은 번짐을 아래 눈꺼풀까지 흘려보냈다. 찰리 XCX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야스민 이스탄불리와 함께 눈 전체를 검은 섀도로 둘러싸는 2000년대 초반풍 스타일을 택하면서도 입술은 누드 톤으로 비워 눈매의 존재감만 끌어올리는 대비를 줬다. 솜브르는 셀러브리티 전담 그루머 제이미 테일러의 손을 거쳐 트레이드마크인 블랙 아이라이너를 눈 밑 라인보다 훨씬 아래까지 끌어내려 다크서클 부위까지 번지게 했는데, 이는 깔끔한 대칭보다 '일부러 지워지고 번진' 인상을 강조하는 연출이다. 공통점은 뚜렷하다. 완벽하게 블렌딩된 그러데이션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거칠고 흐트러진 마감을 목표로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흐트러짐 자체가 스타일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몇 시즌 뷰티 업계를 지배한 '클린걸' 메이크업, 즉 맨얼굴에 가까운 투명한 피부 표현과 또렷하지만 절제된 눈매라는 공식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왜 지금인가

이 스타일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콜 아이즈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2년 사이 런던 스트리트 신을 지배했던 '인디 슬리즈' 무브먼트에 대한 오마주로, 당시에도 완벽한 화장보다 전날 파티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흐트러진 인상이 멋으로 통했다. 이 미학이 2026년 가을 시즌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확산되며 눈에 띄게 성장했고, 구찌와 캐롤라이나 헤레라 같은 하이엔드 런웨이에서도 일부러 흐릿하게 번지고 덜 다듬어진 눈화장이 잇따라 등장했다. 런웨이와 셀러브리티 레드카펫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것은 이 흐름이 한 브랜드나 한 아티스트의 돌출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피로감이 맞물린 결과라는 뜻이다. 클린걸 미학은 오랫동안 '덜 바른 듯 보이지만 실은 여러 단계를 거친' 완벽주의를 전제로 했고, 그 완성형에 도달하기 위한 피부 준비와 제품 단계가 점점 늘어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콜 아이즈는 정반대로 '일부러 지저분하게'를 허용하는 스타일이어서, 완벽한 블렌딩 실력이 없어도 따라 하기 쉽다는 실용적 매력까지 갖춘다. 계절적으로도 가을은 원래 어두운 톤 메이크업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였던 만큼, 이번 콜 아이즈 확산은 가을 메이크업 사이클과 인디 슬리즈 부활이라는 두 흐름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관건은 레드카펫의 순간적 유행을 넘어 실제 뷰티 소비, 즉 아이섀도·아이라이너 제품 카테고리의 판매 구성으로 이어지느냐다. 클린걸 시대에는 피부 표현 제품과 밝은 톤 섀도가 매대를 채웠다면, 콜 아이즈가 대중적으로 확산될 경우 차콜·블랙 계열 섀도와 스모키 전용 라이너, 번짐 연출을 돕는 크림 타입 제품의 수요가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구찌·캐롤라이나 헤레라 같은 하이엔드 런웨이에서 먼저 신호가 나온 뒤 셀러브리티 레드카펫으로 옮겨왔다는 전개는, 전형적으로 그다음 단계가 색조 브랜드의 가을 컬렉션과 뷰티 인플루언서 튜토리얼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인디 슬리즈가 원래 의상·헤어까지 포괄하는 전신 미학이었던 만큼, 눈화장을 넘어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이나 빈티지풍 스타일링과 묶여 하나의 가을 무드로 확장될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무엇보다 이 흐름이 한 시즌짜리 레드카펫 모먼트로 끝날지, 클린걸을 대체하는 다음 메인스트림 미학으로 자리잡을지는 앞으로 몇 달간 색조 화장품 브랜드들이 가을·겨울 캠페인에서 이 톤을 얼마나 전면에 내세우는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국내외 뷰티 매장의 가을 신상 진열대에 차콜·스모키 계열 아이 제품이 얼마나 전면에 배치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흐름이 레드카펫을 넘어 실제 소비로 옮겨갔는지를 가장 손쉽게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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