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탈출 시대, 속도와 프리미엄 둘 다 잡다
일본 오더메이드 수트 브랜드 카시야마(KASHIYAMA)가 2026년 3~8월 기준 매출 54억엔, 영업이익 2억4300만엔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5%, 10배 이상 늘었다. 수트 자체를 멀리하는 정장 이탈 현상이 일본 직장 문화 전반에서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 브랜드는 역설적으로 올해 처음 연매출 100억엔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모회사 오온워드홀딩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3년 뒤 매출을 지금의 3배인 약 300억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의 카테고리 전체가 쪼그라드는 시장에서, 그 카테고리 안의 한 플레이어가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는 그림은 흔치 않다. 이 성장의 구조를 뜯어보면 단순히 싸고 빠른 맞춤옷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더메이드라는 업의 정의 자체를 아래위로 넓히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점이 보인다. 2017년 3만3000엔짜리 입문형 오더로 시장을 넓히기 시작한 브랜드가 2026년에는 8만8000엔짜리 프리미엄 라인까지 같은 간판 아래 두는 양쪽 끝의 전략을 동시에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 급성장을 단순한 저가 돌풍이 아니라 오더메이드 산업 지형 자체가 재편되는 신호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무엇이 달라졌나
카시야마는 2017년 3만3000엔부터 주문 가능하고 약 1주일 만에 받아볼 수 있는 값싸고 빠른 오더 수트로 시작한 브랜드다. 정장을 평생 한두 번 맞추는 특별한 소비로 여기던 기존 오더 시장과 달리, 취업준비생과 젊은 직장인처럼 오더 경험이 전혀 없던 층을 끌어들였고, 그 결과 도심 직영 매장 중심이었던 오더 수트 유통망을 교외와 지방 쇼핑센터로까지 확장해 매장 수를 70곳 넘게 불렸다. 올해는 3월 다치카와, 4월 도요스 쇼핑센터에 새로 출점했고 여름부터는 사노 프리미엄 아울렛에도 시험 출점을 시작해 반응을 보고 있다. 제품 구성도 수트 한 품목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수트보다 2~3배 오래 걸리던 셔츠 제작 기간을 수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여 세트 구매를 유도한 결과 셔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뛰었고, 기성품인 컷소나 블라우스도 함께 팔기 시작해 앞으로는 코트와 니트까지 품목을 넓힐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올봄에는 백화점 오더 수트 사업을 이어받아 로로피아나 같은 고급 수입 원단을 국내 봉제로 최단 12일 만에 내놓는 상위 라인 카시야마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가격은 8만8000엔부터로 기존 대비 객단가가 약 3배이며, 50~60대 임원급 고객을 새 타깃으로 설정했다. 저가 입문형과 고가 프리미엄형을 한 브랜드 안에 동시에 두는 구성 자체가 이번에 새로 생긴 변화다.
왜 지금인가
이 타이밍이 눈에 띄는 이유는 세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손익 구조의 전환점이다. 오온워드홀딩스 보원도선 사장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는데, 이는 매장과 생산 체계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다 소화했다는 뜻이고, 그 다음부터 늘어나는 매출은 비용 증가 없이 거의 그대로 이익으로 쌓인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2100만엔에서 2억4300만엔으로 10배 넘게 뛴 숫자가 그 전환을 보여준다. 이 구간에 들어선 회사가 공격적 확장을 선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둘째는 시장 자체의 구조 변화다. 정장을 꼭 입어야 한다는 직장 규범이 약해지는 흐름은 오더 수트 전체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 같지만, 동시에 오더를 특별한 소비로만 여기던 심리적 장벽도 함께 낮췄다. 가격과 납기만 맞으면 평소 기성복만 사던 사람도 오더를 시도해볼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셈이고, 카시야마는 바로 그 틈을 공략했다. 셋째는 품목 확장의 타이밍이다. 셔츠 납기를 수트 수준으로 맞춘 것은 생산 체계가 성숙했다는 신호이고, 이 시점에 프리미엄 라인과 기성품 라인을 동시에 얹는 것은 한 채널 안에서 객단가가 낮은 고객과 높은 고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명확하다. 우선 이번 회계연도 전체 목표인 매출 113억엔, 전기 대비 36.5% 증가를 실제로 채우는지가 1차 분기점이다. 상반기에 42.5% 성장했으니 하반기에 속도가 유지되느냐가 100억엔 돌파의 관건이다. 다음으로는 사노 프리미엄 아울렛 시험 출점의 성과다. 아울렛은 쇼핑센터보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층이 몰리는 채널이라, 여기서 반응이 좋으면 아울렛 출점이 정식 확장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애매하면 교외 쇼핑센터 중심 전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셋째는 카시야마 프리미엄이 노리는 50~60대 임원층 공략이 실제로 먹히는지다. 객단가가 기존의 3배인 라인을 새로 만든 것은 매출 볼륨보다 고객군 다변화에 가깝기 때문에, 이 라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게 늘어나는지가 3년 뒤 300억엔 목표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마지막으로 매장 대형화와 출점 배증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기존 점포의 증축과 신규 출점이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저가 입문층으로 시장을 넓히고 고가층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이 양면 전략이 계속 맞물려 돌아간다면, 정장이 줄어드는 시장에서도 오더메이드라는 카테고리 자체는 오히려 몸집을 키우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