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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5 min read·2026.08.24

H&M이 폐수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한 이유

섬유업계 화학물질 관리, 투명성이 새 기준으로

JIWOOTRENDFEED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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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계 화학물질 관리, 투명성이 새 기준으로

패션 브랜드가 자사 공급망의 폐수 검사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일은 흔치 않다. H&M그룹이 최근 정리한 화학물질 관리 로드맵에는 "공공 폐수 배출 데이터 공개"라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세탁과 염색, 프린팅, 마감 공정에서 화학물질은 섬유 생산에 필수적이지만 관리가 허술하면 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에게 해를 끼치고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게 배경이다. 여기에 생산과 세탁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섬유(microfibres)까지 하천과 생태계로 흘러드는 문제가 겹치면서, 화학물질 관리는 이제 섬유업계에서 "안 보이면 그만"인 영역이 아니라 공개 검증의 대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H&M그룹이 제시한 로드맵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투입 경로 추적성(input traceability), 즉 어떤 화학물질이 어느 공급업체를 거쳐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지 상류 단계부터 파악하는 체계다. 둘째는 정책 참여로, 업계 전반의 화학물질 규제 논의에 관여해 기준 자체를 함께 만드는 접근이다. 셋째는 투명성인데,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이 폐수 배출 시험 데이터의 공공 공개다. 그동안 공급망 폐수 관리는 브랜드와 공급업체 사이의 내부 감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결과를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넷째는 우선순위 유해화학물질의 제로 배출과 ZDHC MRSL(Zero Discharge of Hazardous Chemicals Manufacturing Restricted Substances List) 같은 업계 공통 도구의 채택이다. 개별 브랜드마다 다른 기준을 쓰는 대신 업계가 합의한 하나의 제한물질목록을 쓰겠다는 것은,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브랜드마다 다른 잣대에 맞추느라 드는 비용을 줄여주는 실질적 변화다. 폐수처리시설의 기능성과 화학물질 준수 여부를 함께 관리하겠다는 점도 이번 로드맵에서 구체화된 부분이다.

왜 지금인가

섬유·패션 산업의 화학물질 관리는 오랫동안 소비자 눈에 잘 띄지 않는 후방 공정으로 취급돼 왔다. 옷의 소재나 원산지 표기는 익숙해도, 그 옷을 물들이고 세탁하는 데 쓰인 화학물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까지 따지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미세섬유·미세플라스틱이 해양과 담수 생태계에 쌓이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다뤄지면서, 화학물질과 폐수는 패션업계의 환경 이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늦게, 그러나 확실하게 주목받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대형 브랜드가 스스로 폐수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업계 전체에 신호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규모가 큰 브랜드일수록 공급망도 넓고 복잡한데, 그 상류 단계까지 추적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하위 공급업체들도 같은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ZDHC MRSL처럼 업계가 공유하는 도구가 힘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별 브랜드의 자체 기준보다 업계 공통 기준이 자리 잡을수록, 화학물질 관리는 개별 기업의 선의에 기대는 영역에서 벗어나 산업 전체가 함께 검증하는 구조로 바뀐다. 예방적 접근을 명시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인데, 문제가 확인된 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도 미리 관리 수준을 높이겠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것

이번 로드맵에서 실제로 지켜봐야 할 것은 선언 자체보다 공개되는 데이터의 구체성이다. 폐수 배출 시험 데이터를 "공공에 공개"한다고 했을 때, 어느 수준의 원자료까지 열람 가능한지, 공급업체별로 세분화돼 공개되는지, 아니면 취합된 요약치만 나오는지에 따라 실효성이 크게 갈린다. 우선순위 유해화학물질의 제로 배출 목표도 마찬가지로, 목표 시점과 대상 물질 목록이 구체적으로 뒤따라야 검증 가능한 약속이 된다. 아울러 ZDHC MRSL 채택이 공급망 전반에 얼마나 확산되는지, 그리고 최적가용기법(best available techniques) 적용이 실제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뒤이어 확인할 대목이다.

이런 흐름은 H&M그룹 한 곳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화학물질과 폐수 투명성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 뒤따르는 브랜드들도 유사한 공개 항목을 마련할 유인이 생기고, 소비자와 투자자 양쪽에서 같은 잣대로 브랜드를 비교하는 흐름도 뒤따를 수 있다. 결국 이번 로드맵은 한 브랜드의 정책 발표를 넘어, 섬유업계가 화학물질 관리를 어디까지 공개 검증의 영역으로 끌어올릴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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