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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4 min read·2026.09.03

패션의 권위, 캠퍼스 인플루언서로 이동하다

좋아요 15만 개가 만드는 새 패션 권력

JIWOOTRENDFEED DESK

좋아요 15만 개가 만드는 새 패션 권력

필라델피아 외곽의 한 심리학과 대학생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착장 사진 한 장에 좋아요 15만 개가 달렸다. 올린 사람은 라이언 시클러, 온라인에서는 '라이언이디엇보이'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입는 옷은 프레잉의 성조기 프린트 봄버재킷, 에이펙스 트윈의 자화상이 그려진 스커트, 모왈롤라의 거대한 백, 발가락이 그대로 드러나는 플랫폼 부츠처럼 하나같이 '과함'을 전제로 한다. 패션 브랜드나 셀럽이 아니라 캠퍼스를 오가는 개인이 이 정도 반응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패션 시장에서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대형 광고 캠페인이나 유명인 협찬 없이도, 한 사람의 반복적이고 일관된 '과잉'이 브랜드 노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이 달라졌나

시클러의 옷차림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브랜드 조합이다. 프레잉, 모왈롤라처럼 대형 유통망보다 소셜미디어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니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광고 모델이 아니라 개인 스타일러의 일상 착장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 과거라면 이런 브랜드가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유명 셀럽에게 협찬을 붙이거나 매거진 화보를 잡았겠지만, 지금은 대학 캠퍼스를 오가며 매일 다른 조합을 시도하는 한 사람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FAG' 문구가 적힌 후드티나 근육이 프린트된 레깅스처럼 캠퍼스에서 '작은 소동'을 일으킬 법한 옷을 굳이 골라 입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극적인 조합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곧 브랜드 노출이 되는 구조다. 여기에 심리학·라틴어·러시아어를 함께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이력이 붙으면서, '패션에만 몰두하는 인플루언서'라는 기존 이미지와도 거리를 둔다. 정체성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인물이 오히려 더 넓은 팔로워층을 끌어들이는 셈이다.

왜 지금인가

이런 흐름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 특히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패션 브랜드들의 마케팅 예산이 대형 캠페인에서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옮겨간 지 오래고, 그 과정에서 '팔로워 수'보다 '스타일의 일관성과 강도'가 더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클러처럼 여섯 살 때 엄마의 옷장에서 힐과 원피스로 놀던 경험을 지금까지 이어온 사람은, 유행을 좇아 스타일을 바꾸는 인플루언서보다 신뢰도가 높게 읽힌다. 일관성이 곧 진정성으로 소비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친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권 팔로워의 영향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하게 됐다는 대목은, 지금의 개인 인플루언서가 특정 국가나 언어권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팬덤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젠더 구분 없는 착장, 발가락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신발까지 소화하는 스타일이 캠퍼스 안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의 파격이 더 이상 소수 하위문화에 머물지 않고 주류 소셜 피드로 넘어오고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런 개인 스타일러들이 브랜드와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공식화하는가다. 지금은 시클러가 자신의 취향대로 프레잉·모왈롤라 같은 브랜드를 소화해 보여주는 단계지만, 반응이 쌓일수록 이런 개인이 협업 컬렉션이나 앰버서더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니치 디자이너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체 광고보다 이런 개인의 일상 노출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구체적인 타깃층에 닿는 통로이기 때문에, 조만간 더 적극적인 협업 제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이런 흐름이 패션 시장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업과 극단적 자기표현을 동시에 소화하는 인물이 계속 늘어난다면, 브랜드들은 '패션 인플루언서'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좁게 정의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특정 취향과 일관성을 오래 유지한 개인을 발굴하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이 옮겨갈 공산이 크다. 다음 시즌 니치 브랜드들의 캠페인 라인업에 이런 캠퍼스발 인플루언서들의 이름이 얼마나 더 등장하는지가, 이 흐름이 일시적 화제인지 구조적 변화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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