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세팅과 정교한 편집을 걷어낸 폰카 영상이 오히려 더 오래 눈길을 붙잡는 흐름이 5월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무슨 흐름인가
최근 몇 달 사이 숏폼 광고 피드를 유심히 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다. 삼각대와 조명, 짐벌로 정교하게 잡은 '광고스러운' 영상보다, 직원이 매장 안에서 폰을 든 채 손 떨림도 그대로 남은 영상이 오히려 조회수와 저장 수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로파이(Lo-Fi) 감성' 혹은 '리얼 크리에이티브'라고 부르는데, 완성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완성도를 다르게 정의하는 접근에 가깝다. 화질과 조명, 편집의 매끄러움으로 승부하던 시대에서, 얼마나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가로 승부하는 시대로 축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5월 초는 이 흐름이 특히 도드라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신학기·신년 캠페인의 화려한 비주얼이 한 차례 지나가고, 소비자들이 '또 광고구나' 하는 피로감을 느끼기 쉬운 때다. 이런 타이밍에 스튜디오 냄새를 뺀 영상은 피드 안에서 오히려 튀는 효과를 낸다. 광고처럼 안 보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가장 흔하게 보이는 패턴은 '직원 브이로그형' 숏폼이다. 매장 오픈 준비 과정, 신제품이 들어오는 순간, 직원끼리 티격태격하며 시식하는 장면처럼 일상의 한 컷을 잘라낸 듯한 영상이다. 배경음악도 유행하는 트렌드 사운드를 그대로 쓰고, 자막은 손글씨체나 기본 폰트로 툭툭 얹는 정도에 그친다. 색보정을 최소화하고 세로 화면 비율을 그대로 살리는 것도 특징인데, 이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그대로의 질감을 의도적으로 보존하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자주 보이는 방식은 '실패 공개형' 콘텐츠다. 신제품 테스트 중 살짝 아쉬운 결과나, 직원이 설명하다 말을 더듬는 장면을 굳이 편집으로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 식이다. 완벽한 결과물 대신 과정의 어설픔을 남기는 이런 접근은, 브랜드가 소비자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그냥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F&B나 뷰티 디바이스처럼 실사용 후기가 중요한 업종에서 이런 방식이 특히 자주 눈에 띈다. 정제된 광고 문법에 익숙한 소비자일수록, 오히려 이런 날것의 순간에서 신뢰를 느끼는 경향이 관찰된다.
왜 지금 이 흐름이 힘을 받는가
몇 가지 배경이 겹쳐 있다. 첫째는 숏폼 플랫폼 알고리즘 자체가 체류 시간과 완주율을 중요하게 보는데, 지나치게 매끈한 광고 영상은 시청자가 '광고다'라고 인지하는 순간 스킵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반면 일상 브이로그처럼 보이는 영상은 스킵 판단이 늦어지고, 그만큼 완주율에서 유리한 편이다. 둘째는 제작 비용과 속도다. 대형 스튜디오 촬영 대비 폰 촬영은 기획부터 업로드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아서, 트렌드 사운드나 이슈에 빠르게 올라탈 수 있다는 실용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셋째는 소비자 쪽 피로감이다. 몇 년간 이어진 완벽주의 비주얼 콘텐츠 홍수 속에서, 오히려 꾸미지 않은 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5월처럼 새 학기·새해 캠페인이 정리되고 나면 소비자들은 화려한 메시지보다 편안한 톤에 더 마음을 여는 경향을 보이는데, 로파이 감성이 이 타이밍과 잘 맞물리는 모습이다.
마케터가 참고할 점
당장 모든 캠페인을 폰카 영상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상반기 대형 캠페인과, 일상적인 피드 소통용 콘텐츠는 여전히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빠르게 반응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이번 달 안에 직원 한 명이 매장이나 사무실에서 폰으로 30초짜리 영상을 찍어 올려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만하다. 편집은 자막 몇 줄과 트렌드 사운드 얹는 정도로 최소화하고, 완벽하게 다듬으려는 욕심을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편이 오히려 반응을 살피기에 유리하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건 '못 만든 척'이 아니라 진짜 현장의 순간을 담는 태도다. 대본을 짜서 어설픈 척 연기하는 콘텐츠는 소비자가 금방 알아챈다. 반대로 실제 업무 중 자연스럽게 나온 순간, 직원의 진짜 반응, 예정에 없던 코멘트 같은 것들이 이 흐름에서는 오히려 자산이 된다. 이번 주 안에 짧게라도 테스트해보고, 저장·공유 지표가 기존 광고형 콘텐츠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다음 캠페인 방향을 잡는 데 충분한 참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