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의 문화투자, 단발성이 아니다
글로벌 럭셔리 그룹 케링이 10월 27일 제39회 도쿄국제영화제 제휴 프로그램으로 '우먼 인 모션' 토크를 도쿄 롯폰기힐즈의 토호시네마즈에서 연다.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오프닝 스피치를 시작으로, 가수이자 배우인 니노미야 가즈야, 영화 '국보'의 기획·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무라타 치에코,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관장 겸 프레지던트인 에이미 호마가 한 무대에 오른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 행사가 케링이 이번 한 번 반짝 마련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먼 인 모션'은 2015년 칸국제영화제와 손잡고 시작해 올해로 창설 11년째를 맞았고, 일본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열려 이번이 9년째다. 명품 그룹이 영화제 레드카펫에 옷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하나의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트렌드피드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럭셔리 산업이 브랜드 노출의 무대를 넘어 콘텐츠 소유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에 명품 브랜드가 영화제와 맺는 관계는 대개 협찬사 로고 노출, 시상식 드레스 지원, 애프터파티 후원 같은 장면 뒤의 존재감에 머물렀다. 이번 도쿄 행사는 다르다. 케링은 무대의 기획자이자 진행 주체로 직접 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스피치부터 세 명의 등단자 구성, 이후 상영작 선정까지 프로그램 전체를 설계했다. 토크가 끝난 뒤에는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루루 왕이 연출하고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 '페어웰'을 특별 상영하는데, 이는 에이미 호마가 스스로 꼽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미국 실사영화 중 하나다. 즉 케링은 단순히 유명인을 무대에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등단자 개인의 취향과 서사까지 프로그램 구성에 반영하는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입장은 무료이고 정원은 60명으로 크지 않지만, 신청은 9월 17일 오전 8시 공식 라인 계정에서 시작해 초과 시 추첨으로 정한다. 규모보다 밀도를 택한 설계이며, 이는 대중 동원형 마케팅이 아니라 소수의 업계·미디어 관계자를 겨냥한 담론 형성용 이벤트에 가깝다는 뜻이다.
왜 지금인가
이 프로그램이 9년째 도쿄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일본 영화 산업이 놓인 위치와 맞물려 읽어야 한다. 무라타 치에코가 기획·제작한 '국보'처럼 일본 영화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케링은 그 흐름의 한복판에 자사 프로그램을 계속 배치해왔다. 지난 5회 도쿄 토크 등단자 명단만 봐도 데라지마 시노부, 니나가와 미카, 스푸트니크!, 고레에다 히로카즈, 마쓰오카 마유, 배두나, 미즈카와 아사미, 기쿠치 린코, 이소무라 하야토까지 매년 배우·감독·프로듀서·캐스팅 디렉터를 고르게 섞어왔다. 이는 한 번의 화제성보다 다음에 누가 오를 것인가라는 기대 자체를 매년 갱신하는 방식의 브랜딩이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내세운 의제, 즉 영화 산업의 젠더·다양성·앨라이십은 최근 몇 년간 국제 영화제 전반이 공통으로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명품 그룹이 이런 의제를 자사 이름을 건 정례 프로그램으로 오래 끌고 왔다는 것은, 유행에 올라탄 캠페인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의 한 축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도쿄국제영화제라는 아시아권 대표 영화제와의 결합은 그 무대를 유럽 밖으로 넓히는 선택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신청은 9월 17일 오전 8시 케링 '우먼 인 모션' 공식 라인 계정에서 시작되며, 정원 60명을 넘으면 추첨으로 참가자를 정한다. 행사 자체는 10월 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40분까지 도쿄 롯폰기힐즈 토호시네마즈 스크린7에서 진행되고, 진행은 영화 저널리스트 다쓰타 아쓰코가 맡는다. 이번 토크에서 나온 논의가 이후 우먼 인 모션이 어떤 인물을 다음 등단자로 부를지, 그리고 도쿄 외 다른 아시아 도시로 프로그램을 확장할지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켜볼 만하다. 명품 그룹이 영화·미술관·박물관 같은 문화 기관과 다년 계약으로 얽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지금, 이번 행사에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수장이 직접 참여한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브랜드와 문화 기관의 협업이 일회성 후원을 넘어 프로그램 공동 기획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트렌드피드는 다음 등단자 발표 시점에 다시 확인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