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이 콘텐츠 무대가 되는 순간
CJ프레시웨이가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리는 'LG 컬처위크 2026'에 식음 부스를 낸다. 이름은 '프레시 아케이드'. 오락실 콘셉트로 꾸민 이 부스에서는 tvN 예능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와 협업한 메뉴를 맛보고,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 올더베러의 고구마스틱을 체험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대기업 계열사가 연 사내 행사 한 켠의 작은 팝업으로 보이지만, 이 조합을 뜯어보면 구내식당이라는 오래된 B2B 업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단체급식은 지금까지 '누가 더 싸고 안정적으로 대량 조리를 해내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방송 IP와 리테일 PB 브랜드가 나란히 메뉴판에 올라간다. 급식업체가 콘텐츠 사업자, 유통 브랜드와 손잡고 하나의 '체험 콘텐츠'를 만드는 그림이다. 트렌드피드가 이 소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행사 자체의 규모가 아니라, 이 조합이 가리키는 산업 간 경계의 이동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CJ프레시웨이는 LG전자 마곡 사이언스파크 구내식당을 운영해온 협력사다. 이번 행사에서는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콘텐츠 IP 콜라보 메뉴 시식과 참여형 게임 이벤트, 키즈 전문 브랜드 '아이누리'의 PB 상품 소개까지 하나의 부스 안에 묶어냈다. 관람객은 SNS 팔로우 이벤트에 참여해 리워드를 받고, 게임을 통해 메뉴를 체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과거의 사내 행사 부스가 시식·판촉에 머물렀다면, 이번엔 '오락실'이라는 테마 아래 방송 예능 IP, 올리브영이라는 리테일 브랜드, 급식업체 자체 PB가 한 무대에 올라간다는 점이 다르다. CJ프레시웨이는 이미 방송, 셰프, 스포츠, 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 IP와 연계한 특식·프로모션을 운영해온 이력이 있는데, 이번 행사는 그 축적된 역량을 3만 명 규모의 대형 사내 행사에서 한 번에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 다르다. 단발성 이벤트 메뉴가 아니라, IP 콜라보를 급식업체의 '차별화 역량'으로 정식 포지셔닝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왜 지금인가
단체급식 시장은 오랫동안 가격 경쟁과 위생·안정성이 승부처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오피스 문화 자체가 '복지'와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면서, 구내식당도 단순한 식사 제공 공간에서 벗어나 직원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대기업들이 사내 행사를 통해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지역 주민까지 끌어들이는 대형 컬처 이벤트를 늘리면서, 그 안에서 식음 부스가 맡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LG 컬처위크처럼 3만 명이 참여하는 행사는 급식업체 입장에서 자사의 서비스 역량을 대외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무대다. 여기에 콘텐츠 IP를 얹는 흐름은 방송사와 유통업체들이 이미 여러 산업과 협업을 확장해온 연장선이기도 하다. tvN 예능과의 협업, 올리브영 PB 상품 노출은 급식업체 혼자 만든 조합이 아니라 콘텐츠·유통 업계가 접점을 넓히는 과정에서 급식이라는 채널까지 끌어들인 결과로 볼 수 있다. 계절적으로도 하반기는 기업들이 연말 행사를 앞두고 브랜드 경험을 점검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어, 이런 협업이 앞으로 더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 행사는 9월 17일까지 진행되는 3일짜리 팝업이지만, CJ프레시웨이가 밝힌 방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 측은 고객사와 이용객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식음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이번 IP 콜라보 실험이 마곡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단체급식 사업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눈여겨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이런 콘텐츠 IP 콜라보가 다른 급식업체나 다른 대기업 사업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 둘째, 올리브영처럼 유통 PB 브랜드가 급식 채널을 통해 제품을 노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지 여부다. 이는 단순 광고를 넘어 신제품 체험 채널로 구내식당이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방송사 입장에서도 예능 IP를 오프라인 급식 현장까지 확장하는 것이 새로운 IP 수익화 모델이 될 수 있는지다. 구내식당이라는, 콘텐츠 업계가 그동안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채널이 IP 유통의 새 접점으로 떠오를지, 이번 프레시 아케이드가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