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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5 min read·2026.09.18

럭셔리 가격 인상 시대, 니나 리치의 선택

3만~10만엔, 일본형 니나 리치가 온다

JIWOOTRENDFEED DESK

3만~10만엔, 일본형 니나 리치가 온다

니나 리치를 일본에 들여오는 수입사 그룹포타나카가 세컨드 라인 '니나 리치 데이즈'를 새로 띄웠다. 지난 7월에 첫 컬렉션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두 번째 컬렉션까지 공개하며, 한 시즌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정식으로 자리를 잡은 라인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가격이다. 3만~10만 엔대로 책정됐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럭셔리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며 본선 라인 자체가 사실상 한 단계 위 하이엔드 브랜드들과 가격대에서 맞붙게 된 흐름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화려한 로고나 신소재 실험으로 승부하는 대신, 브랜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로맨틱하고 우아한 아카이브 무드는 그대로 지키면서 값만 낮추는 쪽으로 답을 낸 셈이라, 럭셔리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본선 라인은 그대로 두고 별도의 세컨드 라인을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층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신규 고객층을 넓히는 이중 전략으로도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니나 리치 데이즈'는 단순한 저가 라인이 아니라 일본 고객의 몸매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설계를 다시 짠 결과물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리본 모티프와 그로그랭, 새틴 소재 등 페미닌한 무드는 그대로 가져오되, 슬릿은 얕게 조정하고 밑단 러플의 볼륨은 줄여 일상에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게 손봤다. 드레이프를 살린 드레스는 단독 착용은 물론 바지와 레이어드할 수 있는 기장으로 재단해, 격식을 차릴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 시장의 특성을 반영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시즌리스 기획과 집에서 세탁 가능한 실용성도 함께 챙겼다. 여기에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ECO BLUE', 생분해성 폴리유산 섬유 'PLAX', 논뮬징 울까지, 전 제품에 환경 배려 소재를 적용해 지속가능성을 선택이 아닌 기본값으로 못박았다는 점도 이전 라인과 분명히 갈리는 지점이다. 판매처는 이자(IZA) 매장을 축으로 전국 셀렉트숍과 백화점까지 넓혔는데, 특정 편집숍 한 곳에 묶이지 않고 전국 유통망을 처음부터 확보했다는 것은 이 라인을 실험적 팝업이 아니라 정규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왜 지금인가

이 타이밍이 흥미로운 이유는 럭셔리 업계가 최근 몇 년째 겪고 있는 가격 피로감과 정확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비와 환율, 브랜드 포지셔닝 상향 전략이 겹치며 메종들의 본선 라인 가격은 꾸준히 올라왔고, 그 결과 예전이라면 진입장벽이 낮았던 브랜드들조차 신규 고객이 쉽게 손을 뻗기 어려운 가격대로 밀려 올라갔다. 니나 리치 데이즈가 택한 3만~10만 엔이라는 구간은 이 공백을 정확히 메운다. 브랜드 세계관에 대한 로열티는 갖고 있지만 본선 라인 가격은 부담스러웠던 고객층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동시에 이는 한 회사만의 실험이 아니라, 로컬 수입사가 본사와 협업해 현지 맞춤형 서브라인을 직접 설계하는 방식이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아카이브라는 자산은 지키되 가격과 실루엣만 현지화하는 방식은, 앞으로 다른 럭셔리 브랜드의 일본 진출 전략에도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구 브랜드가 본사 디자인을 그대로 들여오는 대신, 현지 대표가 본사와 나란히 앉아 디테일 단위로 설계를 조율했다는 점에서 단순 라이선스 상품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세컨드 라인이 단발성 컬렉션에 그치지 않고 정규 시즌 사이클로 안착하는지 여부다. 벌써 두 번째 컬렉션까지 공개된 만큼 다음 시즌 라인업과 판매처 확대 속도가 이 라인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첫 지표가 될 것이다. 또한 환경 배려 소재를 전 제품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 앞으로도 유지되는지, 데드스톡 원단 활용처럼 별도로 개척한 조달 루트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이 가격대 실험이 실제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이어진다면, 가격 상승 피로감을 겪고 있는 다른 럭셔리 하우스들도 비슷한 형태의 로컬 세컨드 라인을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 반대로 반응이 미지근하다면 '아카이브를 낮은 가격에 파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실험은 럭셔리 업계가 가격과 접근성 사이에서 어떤 답을 찾아가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며, 세컨드 라인을 통해 유입된 고객이 이후 본선 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지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가 확인하고 싶어할 핵심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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