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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ands On·6 min read·2026.09.29

펜트하우스 브랜드 아티코, 침실을 런웨이로 만들다

잠옷 브랜드에서 Gen Z 아이콘까지, 다음 장

JIWOOTRENDFEED DESK

잠옷 브랜드에서 Gen Z 아이콘까지, 다음 장

아티코(THE ATTICO)가 2026년 9월 25일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서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 브랜드는 2016년 질다 암브로시오와 조르지아 토르디니가 손을 잡고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름 그대로 '펜트하우스' 안에서 걸치는 드레싱가운과 실내복을 팔던 작은 레이블이었다. 화려한 헤리티지도, 오랜 역사의 후광도 없이 시작한 브랜드가 창업 10년 만에 Gen Z가 가장 즐겨 언급하는 이름 중 하나로 옮겨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발표를 그냥 신작 소식으로 흘려보내면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시즌은 그 성장의 다음 장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밤과 낮이 뒤바뀌고 사적인 삶이 펼쳐지는 공간인 침대를 컬렉션 서사의 중심에 놓으면서, 아티코는 처음 로브를 팔던 시절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이야기로 확장했다. 실내복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이제는 '사적인 공간을 어떻게 옷으로 번역하느냐'는 질문 자체를 브랜드의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신작 발표를 넘어서는 무게를 갖는다. 밀라노의 수많은 헤리티지 하우스들 사이에서 이제 막 10년을 넘긴 브랜드가 매번 뚜렷한 세계관으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함께 눈여겨볼 대목이며, 이는 규모가 아니라 관점으로 승부하는 신생 레이블의 생존법을 보여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카고 연필 스커트, 벨벳 로브, 샹들리에 드레스, 메탈 와이어를 삽입한 블레이저 같은 구체적인 피스들이다. 실용적인 카고 실루엣과 브랜드의 출발점이었던 벨벳 로브가 나란히 배치되고, 조명 기구인 샹들리에의 형태를 그대로 드레스로 옮겨온 발상, 딱딱한 금속 와이어를 재킷 안에 심어 구조를 잡는 방식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요소들을 한 컬렉션 안에 묶어냈다는 점이 이전 시즌들과 다른 지점이다. 완성도보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만드는 방식 자체에 있다. 드래이핑과 트위스팅, 크럼플링 같은 기법을 적극적으로 써서 옷에 일부러 '이미 입은 듯한' 흔적을 남겼는데, 이는 매끈하게 재단된 슬립 드레스로 파티룩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선택이다.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텍스타일과 반짝이는 장식이 여기에 더해지면서, 투명한 소재와 컷아웃, 길게 끌리는 트레일링 헴라인까지 결합해 전체적으로 페티시적인 뉘앙스를 은근히 드리운다. 즉 깨끗하게 다림질된 사교용 드레스가 아니라, 방금 침대에서 일어난 듯한 구김과 흐트러짐을 디자인의 언어로 승격시켰다는 것이 이번 시즌의 실질적인 변화이며, 이는 옷이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기존 럭셔리의 공식과도 거리를 둔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놓인 시점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첫째는 밀라노 패션위크라는 무대의 성격이다. 수십 년 역사의 헤리티지 하우스들이 줄지어 서는 이 자리에서, 창업 10년을 갓 넘긴 브랜드가 매 시즌 확고한 서사를 들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경쟁의 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고나 가문의 역사로 신뢰를 사는 대신,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으로 다음 세대 소비자를 붙잡는 방식이 통한다는 증거를 아티코가 매 시즌 쌓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이번 시즌 영감의 출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에서 다뤄지는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개념을 침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옮긴 선택은, 공적인 자리에서 입는 옷과 사적인 공간에서만 허락되던 옷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최근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실내복이 외출복이 되고, 침실의 감성이 레드카펫의 소재가 되는 지금의 패션 시장에서, 애초에 드레싱가운으로 출발한 아티코만큼 이 경계를 설득력 있게 다룰 수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게다가 같은 시즌 다른 하우스들이 화려한 자수나 값비싼 소재로 경쟁하는 사이, 아티코는 오히려 구김과 흐트러짐이라는 저비용 미학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즉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의 출신 그 자체를 현재의 시장 흐름에 맞춰 다시 꺼내 쓴 결과로 볼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 발표 이후 지켜볼 지점은 이 '침실'이라는 서사가 한 시즌의 일회성 콘셉트로 끝나는지, 아니면 아티코의 반복되는 시그니처 언어로 자리 잡는지다. 창업자 두 사람이 매 시즌 하나의 문학적·개념적 모티프를 컬렉션 전체에 관통시키는 방식을 이어온 만큼, 다음 시즌에서도 비슷한 결의 사적인 공간이나 시간대를 소재로 다시 꺼낼 가능성을 열어두고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카고 연필 스커트나 메탈 와이어 블레이저처럼 실용적 요소와 관능적 요소를 뒤섞은 피스들이 실제 매장과 레드카펫에서 어떻게 소화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런 피스들이 화보나 셀럽 착용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를 보면, 아티코가 Gen Z를 넘어 더 넓은 소비자층까지 붙잡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밀라노 무대에서 공개된 이번 룩들이 시즌이 진행되며 어떤 조합으로, 어떤 셀럽의 몸을 통해 다시 노출되는지를 따라가 보면 이 브랜드의 확산 속도를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실내복에서 출발해 파티룩으로, 다시 침실의 서사로 이어진 이 브랜드의 다음 목적지가 어디일지는 아직 열려 있지만, 그 방향을 결정하는 힘이 헤리티지가 아니라 관점이라는 점은 이미 분명해졌다. 결국 이번 컬렉션이 던진 질문은 하나다. 사적인 공간의 감성을 옷으로 옮기는 시도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굳어질지, 이 흐름을 계속 따라가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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